이혼을 결심하던 날 밤, 저는 변호사 사무실 문 앞에서 한참을 망설였습니다. 그 문을 열면 진짜로 끝이 난다는 느낌 때문이었습니다. SBS 금토드라마 굿파트너를 보면서 그 순간이 선명하게 떠올랐습니다. 이혼 전문 변호사들의 세계를 그린 이 드라마는, 법정 이야기인 동시에 저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했습니다.

여자 둘의 주인공이 보여주는 현실
일반적으로 법정 드라마는 화려한 변론과 반전 판결 위주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가 직접 시청해 보니 굿파트너는 결이 달랐습니다. 드라마의 두 축은 장나라가 연기하는 차은경 변호사와 남지현이 연기하는 한유리 변호사입니다. 17년 경력의 이혼 전문 변호사 차은경은 의뢰인의 감정보다 소송 전략과 시간 효율을 우선하는 인물이고, 신입인 한유리는 반대로 의뢰인의 감정에 먼저 다가가려 합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제가 인상 깊었던 건 1회에서 등장하는 직업윤리(職業倫理) 갈등 장면이었습니다. 여기서 직업윤리란 특정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그 직무를 수행할 때 지켜야 하는 도덕적 기준을 말합니다. 한유리는 의뢰인의 도덕적 문제를 알게 되면서 변호를 계속해야 하는지 고민하는데, 이 장면이 단순한 드라마 설정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제가 이혼 절차를 밟을 때 담당 변호사가 저에게 했던 말, "저는 당신의 감정을 판단하지 않습니다. 법적인 결과를 최선으로 만드는 게 제 역할입니다"라는 말이 겹쳐 보였기 때문입니다. 굿파트너 1회에서 눈여겨볼 캐릭터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차은경: 극도의 효율주의자, 직설적 태도로 부하직원이 자주 퇴사할 만큼 냉철
- 한유리: 로스쿨 수석 졸업, 원래 기업팀 희망이었으나 이혼팀에 배정된 신입
- 정우진(김준한): 은경과 함께 이혼팀을 일군 파트너, 팀의 균형을 잡는 역할
- 전은호(표지훈): 쾌활한 신입 변호사, 유리와의 관계를 통해 가치관 변화 예고
첫 방송 시청률이 최고 10.8%를 기록했다는 수치는 단순한 화제성이 아니라, 이 주제 자체가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지는지를 반증한다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이혼율 통계와 변호사
드라마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현실 데이터가 궁금해졌습니다. 국내 이혼 건수는 2022년 기준 약 9만 3천 건으로, 하루 평균 250쌍 이상이 이혼한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합니다(출처: 통계청). 이혼이 더 이상 소수의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우리 사회 일상의 일부가 된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이혼은 개인의 실패나 가정의 붕괴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그건 절반만 맞는 이야기입니다. 이혼 이후 처음 몇 달은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이 컸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선택이 저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드라마 속 이혼 의뢰인들이 각자 다른 이유와 감정을 품고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장면들이 그래서 더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특히 드라마가 다루는 피성년후견인(被成年後見人) 관련 법적 분쟁이나 재산분할 청구 등의 장면은 법정 드라마 특유의 긴장감을 만들어냅니다. 재산분할 청구란 혼인 기간 중 함께 형성한 재산을 이혼 시 각자의 기여도에 따라 나누도록 법원에 요청하는 절차를 말합니다. 제가 직접 경험한 절차이기도 해서, 화면 속 서류들이 낯설지 않았습니다. 드라마가 단순히 감정선만 건드리는 게 아니라, 실제 법적 절차를 꽤 현실감 있게 묘사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혼 사건에서 조정(調停) 절차가 자주 등장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여기서 조정이란 법원이 당사자 사이에서 합의를 이끌어내는 비공개 화해 절차로, 정식 재판 전에 분쟁을 해결하는 방식입니다. 드라마가 이 과정을 어떻게 그려낼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하겠지만, 1회부터 이미 현실 공감을 충분히 끌어내고 있습니다. 2023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가사 사건에서 조정 성립률이 40%에 육박한다고 합니다(출처: 대법원 법원행정처). 드라마 제목인 표면적으로는 좋은 변호사 파트너를 뜻하지만, 보다 보면 관계 전반에 대한 물음으로 확장됩니다. 저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좋은 파트너'라는 개념을 두 번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의뢰인 관계에서 차은경이 보여주는 수임료(受任料) 중심의 효율적 접근과, 한유리가 보여주는 감정 중심의 공감적 접근은 사실 어느 한쪽이 옳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수임료란 의뢰인이 변호사에게 사건 처리를 맡기며 지급하는 보수를 말합니다. 법적 결과가 좋아야 의뢰인의 삶이 실질적으로 달라지고, 동시에 감정적으로 지지받지 못하면 그 과정 자체가 의뢰인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됩니다. 이 균형이 굿파트너가 말하는 핵심 가치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이혼 전문 변호사 이야기라고 하면 냉정한 법정 드라마를 상상했는데, 1회부터 감정선이 상당히 촘촘하게 짜여 있었습니다. 특히 차은경의 남편(지승현 분)과 관련한 불륜 암시 장면은 이 드라마가 단순한 직업물이 아니라, 은경 본인이 이혼의 당사자가 될 수도 있다는 복선을 깔고 있어서 앞으로의 전개가 더욱 궁금해집니다. 제가 이혼 후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잘 됐다"와 "어떻게 그런 결정을 했냐"는 상반된 반응이었습니다. 이 드라마는 그 두 시선을 모두 끌어안으면서, 섣불리 어느 쪽이 맞다고 단정하지 않습니다. 그 점이 저는 제일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 작품은 단순히 이혼을 소재로 삼은 드라마가 아닙니다. 관계를 어떻게 맺고, 어떻게 끝내며, 그 이후를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혼이라는 단어가 낯설게 느껴지는 분들에게도, 저처럼 그 경험이 있는 분들에게도 각자의 방식으로 다가올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매주 금요일, 토요일 밤 10시에 방영되는 만큼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번 직접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시청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법률 조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