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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술 꾼 도시여자들 (우정, 공감, 캐릭터)

by 드라마 방구석 2026.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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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여자들의 행복한 사진
도시 여자들의 행복한 사진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처음 추천받았을 때 "술 마시는 여자들 이야기"라는 한 줄 설명만 듣고 가볍게 틀었다가, 어느새 새벽 두 시가 넘도록 멈추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12부작을 거의 이틀 만에 정주행 한 건 제 인생에서 손에 꼽히는 경험입니다. 웃겨서 시작했다가 울컥해서 마무리하는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정말 대단한 도시 여자들이었습니다. 나도 여자이지만 멋진 인생들을 살면서 우정도 같이 있어서 멋진 드라마였습니다.

술꾼 도시여자들의 술이 아니라 드라마

2021년 12월 tvN에서 방영된 〈술꾼도시여자들〉은 웹툰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된 12부작 드라마입니다. 박준화 PD가 연출하고 정세경 작가가 극본을 맡았으며, 이선빈·정은지·한선화 세 배우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방영 당시부터 화제가 됐지만, 제가 직접 봐보니 화제의 이유가 단순히 배우들의 네임밸류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이 드라마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개념이 바로 캐릭터 앙상블(character ensemble)입니다. 여기서 캐릭터 앙상블이란 주인공 한 명에게 서사가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인물이 동등한 비중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구성 방식을 의미합니다. 안소희(이선빈), 한지연(한선화), 강지구(정은지) 세 사람이 어느 한 명도 들러리가 되지 않고 각자의 무게감을 갖고 있어서, 보는 내내 "이 장면은 내 이야기다"라는 느낌이 세 방향에서 동시에 밀려옵니다. 제가 가장 몰입했던 건 안소희 캐릭터였습니다. 예능 작가라는 직업 설정이 그냥 지나칠 수 없었는데, 웃음을 생산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정작 자기감정을 돌보지 못하는 아이러니가 너무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저도 한때 "남들 앞에서는 괜찮은 척해야 한다"는 압박을 실제로 겪어봤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화면을 멈추고 잠깐 생각에 잠긴 적이 있습니다. 활용하는 또 하나의 기법은 에피소드 드라마(episodic drama) 형식입니다. 에피소드 드라마란 매 회차마다 독립적인 사건이 완결되면서도 전체 시즌의 큰 서사와 연결되는 방식을 말합니다. 이 구조 덕분에 어느 회차부터 봐도 진입 장벽이 낮으면서도, 처음부터 보면 인물들의 감정이 쌓여가는 흐름이 더 깊게 느껴집니다. 술자리가 갖는 의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하루를 버텨낸 사람들이 감정을 내려놓는 공간
  • 서로의 가장 초라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안전지대
  • 말하지 않아도 옆에 있어준다는 신호를 주고받는 의식
  • 세상 앞에서는 어른인 척해야 하지만 잠시 무너져도 괜찮은 시간

이 네 가지가 드라마 전체를 관통합니다. 술이 중심이 아니라, 술을 매개로 드러나는 사람의 마음이 핵심입니다. 국내 미디어 소비 행태 연구에 따르면, 시청자가 드라마에 강한 감정 이입을 느끼는 핵심 요인은 "나와 비슷한 일상을 살아가는 캐릭터"라는 응답이 전체의 68%를 차지했습니다(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이 방영 당시 빠르게 입소문을 탄 이유가 바로 이 지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직장 스트레스, 연애 피로감, 30대의 진로 불안, 이 모든 것이 과장 없이 담겨 있으니까요.

세 캐릭터가 만드는 공감의 힘, 우정이라는 서사

제가 이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오래 생각하게 된 건 캐릭터 각각의 매력보다도, 세 사람이 함께 있을 때 만들어지는 케미스트리(chemistry)였습니다. 여기서 케미스트리란 배우나 캐릭터 사이의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는 관계감을 뜻하는 제작 용어인데, 이 드라마에서는 실제 오래된 친구들처럼 편안하고 티격태격하는 세 사람의 관계가 화면 밖으로 그대로 전달됩니다. 이선빈이 연기한 안소희는 현실에 치여 살면서도 자기 자리를 지키려는 인물입니다. 정은지가 연기한 강지구는 무뚝뚝하고 차가워 보이지만 누구보다 뜨거운 마음을 품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봐보니 강지구 캐릭터가 처음엔 다가가기 어렵게 느껴졌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가장 인간적인 인물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한선화가 연기한 한지연은 밝고 엉뚱해 보이지만 가장 성숙한 감정선을 가진 캐릭터였습니다. 가볍다고 생각했던 인물이 알고 보면 가장 깊은 상처를 조용히 품고 살아간다는 반전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열린 결말(open ending)로 마무리됩니다. 열린 결말이란 이야기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독자 혹은 시청자의 상상과 해석에 여지를 남기는 서사 기법입니다. 처음엔 "왜 이렇게 끝나지?" 싶었는데, 시간이 좀 지나고 나니 오히려 그게 더 현실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 삶도 딱 떨어지는 결말 같은 건 없으니까요. 소희의 슬픔이 다 가시지 않은 채 끝나고, 지연과 지용의 관계도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채 남습니다. 그래서 시즌 2를 기다리게 되는 겁니다. 보다 보면 이 드라마가 우정을 그리는 방식이 많은 작품들과 다르다는 것을 느낍니다. 보통 드라마에서 우정은 사랑의 조연으로 존재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는 우정이 주인공입니다. 서로의 가장 무너진 모습을 보고도 옆에 남아 있는 관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상대의 표정만 보고 "무슨 일 있냐"라고 물어봐 주는 사람. 살다 보면 좋은 연인보다 그런 친구를 만나는 게 더 어렵다는 걸 어느 순간 알게 됩니다. 2023년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여가활동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이 여가 활동 중 가장 높은 만족감을 느끼는 항목은 "가까운 사람과의 대화와 시간 공유"였습니다(출처: 문화체육관광부). 이 많은 시청자에게 깊이 남은 이유도 결국 같은 맥락이 아닐까 싶습니다. 드라마 속 술자리가 그 "가까운 사람과의 시간"을 가장 생생하게 담아냈기 때문에. 드라마를 다 보고 난 뒤 저는 실제로 오래된 친구에게 연락했습니다. "우리 언제 한 번 보자"는 짧은 메시지였지만, 이 드라마를 보지 않았다면 그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어떤 작품은 이야기가 아니라 행동을 만들어냅니다. 그게 이 드라마의 힘입니다. 현재 티빙에서 시즌 1, 시즌 2 모두 볼 수 있습니다. 가볍게 웃고 싶은 날에도, 뭔가 위로가 필요한 날에도 꺼내 볼 수 있는 드라마입니다. 특히 도시에서 혼자 하루를 버텨내고 있는 분이라면, 이 드라마 속 어딘가에서 분명 자기 자신을 찾게 될 겁니다. 오늘 저녁 시간이 된다면, 그냥 1화부터 틀어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blog.naver.com/rudtmd451/224013099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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