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처음 이 드라마를 본 건 주변에서 너무 많이 얘기하길래 그냥 한 번 틀어본 것이었습니다. '자폐 천재 변호사'라는 설정이 다소 작위적으로 느껴져서 큰 기대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시즌 1 첫 회가 끝날 무렵, 저는 이미 그 세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 글은 단순한 드라마 소개가 아니라, 이 작품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얼마나 진지하게 다뤘는지, 그리고 어디까지가 드라마적 허용인지를 짚어보는 글입니다. 사실 이 드라마를 보게 된 것은 얼마 전에 봤던 원더풀스에 나와는 박은빈 배우 때문이었는데 보다 보니 드라마내용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현실 세상에서 자폐아로 살아가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 정말 감동 있게 봤습니다. 또 그 부모의 심정 같이 보게 되었습니다.
드라마 우영우라는 캐릭터, 현실과 비교
처음에 저도 우영우를 보면서 "이게 진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사람의 모습일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서울대 로스쿨 수석 졸업에 변호사 시험 만점에 가까운 점수, 완벽한 기억력까지. 너무 비현실적이지 않냐는 시각도 있었고,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Autism Spectrum Disorder)란 사회적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반복적 행동 양식을 핵심 특징으로 하는 신경발달장애입니다. 쉽게 말해 뇌가 사회적 신호를 처리하는 방식이 일반적인 사람과 다른 것으로, '스펙트럼'이라는 단어가 붙는 이유는 증상의 범위와 정도가 사람마다 크게 다르기 때문입니다. 국내 자폐 스펙트럼 장애 유병률은 약 1% 내외로 추산되며, 상당수는 지적 장애를 동반합니다(출처: 질병관리청). 그래서 우영우처럼 높은 지능과 언어 능력을 가진 경우는 전체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 중 소수에 해당합니다. 이런 유형을 흔히 '고기능 자폐(High-Functioning Autism)'라고 부르는데, 여기서 고기능 자폐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지면서도 평균 이상의 지능을 유지하는 경우를 가리킵니다. 드라마가 이 유형을 택한 것은 분명 서사적 선택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 선택이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드라마에 한 장면에는 회전문 앞에서 멈추는 장면, 형광등 소리에 귀를 막는 장면, 예상치 못한 상황에 갑자기 굳어버리는 장면들은 꽤 세밀하게 표현되었습니다. 감각 처리 이상(Sensory Processing Disorder)이란 외부 자극을 뇌가 과민하게 받아들이는 상태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서 자주 동반됩니다. 이런 부분만큼은 제가 보기에도 현실감이 있었습니다. 주인공 캐릭터가 보여주는 자폐 관련 주요 표현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반향어(Echolalia): 듣고 싶은 말을 그대로 반복하는 언어 패턴
- 특수 관심사(Special Interest): 고래와 법에 대한 집착적 관심
- 감각 과민: 특정 소리·빛에 강한 불편감을 보이는 장면들
- 사회적 단서 해독 어려움: 상대방의 표정이나 의도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모습
드라마가 아름답게 그린 것, 그리고 빠뜨린 것
이 드라마를 처음 봤을 때 "자폐를 너무 아름답게 포장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저도 절반은 동의했습니다. 우영우는 천재고, 예쁘고, 로맨스도 생깁니다. 실제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의 하루는 드라마와 많이 다릅니다. 누군가는 아이가 갑자기 소리를 질러 공공장소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감당해야 하고, 누군가는 평생 아이가 혼자 살아갈 수 있을지 확신 없이 밤을 보냅니다. 복지 서비스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2023년 발달장애인 지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 발달장애인의 주간 활동 지원 서비스 이용률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출처: 보건복지부). 그럼에도 저는 이 드라마가 가진 가치를 무시하고 싶지 않습니다. 인식 개선이라는 측면에서 이 작품이 해낸 일은 실제로 작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시청률 0.9%로 시작해 최종화에서 17.5%를 기록하고, 넷플릭스 글로벌 20개국 1위를 차지했다는 수치는 단순한 흥행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대중 드라마의 중심 소재로 20개국에서 동시에 소비된 것은 그 자체로 하나의 사회적 사건이었습니다. 박은빈이라는 배우에 대해 저는 우영우를 보면서 생각을 바꿨습니다. 처음에는 "연기가 좋다"는 정도였는데, 보다 보니 이 배우는 장애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느끼게 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최근 원더풀스를 보면서도 같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감정을 소비하지 않고 안아주는 연기,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우영우 역할의 자폐 스펙트럼 이해
저는 이 드라마를 통해 자폐를 완전히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저에게 "정상이라는 기준은 누가 만들었는가"라는 질문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이 꽤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특수교육(Special Education) 지원 없이 일반 로스쿨을 다닙니다. 여기서 특수교육이란 장애나 학습 어려움이 있는 학생들을 위해 개별화된 교육 방법과 환경을 제공하는 교육 체계를 의미합니다. 드라마는 이 부분을 거의 건드리지 않습니다. 우영우가 어떻게 그 환경을 통과했는지, 얼마나 많은 배려가 있었는지 설명이 빠져 있습니다. 그 공백이 때로는 드라마의 한계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공백이 오히려 독자에게 상상의 여지를 준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저는 그 두 의견 사이에서 지금도 완전히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드라마가 현실을 왜곡했는가, 아니면 현실을 바꿀 꿈을 보여줬는가. 이건 쉽게 단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이 드라마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오히려 소덕동 이야기 에피소드였습니다. 고속도로 건설로 삶의 터전을 잃을 위기에 처한 주민들을 대리하며, 우영우가 제시한 해법은 "도로 지하화"였습니다. 그 창의성이 단순히 천재이기 때문이 아니라, 세상을 다른 각도로 보는 사람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장면에서 저는 다름이 결핍이 아니라 다른 방식의 강점일 수 있다는 걸 조금은 실감했습니다. 결국 이 드라마가 모든 것을 정확하게 담아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현실의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마주하는 어려움을 이 드라마가 대신 말해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작품은 수천만 명에게 "다름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는 질문을 한 번쯤은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그것만으로도 이 드라마가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보지 않으셨다면, 단순히 재미있는 드라마로 보셔도 충분하지만, 끝나고 나서 조금 더 오래 생각하게 되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