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저는 봄밤을 처음 봤을 때 이정인이 남자친구를 두고 다른 사람에게 끌린다는 설정에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런 드라마는 주인공을 너무 미화한다는 비판을 받잖아요. 그런데 제 결혼 생활을 돌이켜보니 이 드라마가 보여주는 메시지가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사랑 없이 선택한 결혼이 얼마나 힘든지 직접 겪어본 사람으로서, 정인의 고민이 단순한 바람이 아니라 진짜 사람다운 선택을 향한 몸부림이었다는 걸 이해하게 됐습니다.
봄밤 등장인물과 줄거리
2019년 MBC에서 방송된 봄밤은 정해인과 한지민이 주연을 맡았습니다. 안판석 감독과 김은 작가 콤비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 이어 두 번째로 손잡은 작품이죠. 현재는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 중입니다. 35세 도서관 사서 이정인은 오래 사귄 남자친구 권기석과 결혼 얘기가 오가지만 마음이 동하지 않습니다.
그러던 중 약국에서 만난 약사 유지호에게 설레는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문제는 유지호가 미혼부라는 점, 그리고 권기석의 후배라는 점이었습니다. 정해인이 연기한 유지호는 대학생 때 만난 여자친구가 홀로 낳아 데려온 아이를 키우며 살아갑니다. 공부도 잘하고 인품도 좋지만 아이 때문에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현실 속에서, 이정인을 만나 흔들리게 됩니다.
김준한이 연기한 권기석은 부유한 집안 배경에 은행원이라는 안정적 직업을 가진 인물입니다. 당연히 정인과 결혼할 거라 생각했는데 후배에게 여자친구를 빼앗긴 뒤 자존심 때문에 더 집착하게 됩니다. 제가 보기엔 이 캐릭터가 진짜 사랑이 아니라 소유욕과 자존심으로 움직이는 사람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줬습니다.
정인의 언니 이서인은 임성언이 연기했는데, 부모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려고 불행한 결혼을 이어가다 남편 남시훈의 폭력에 결국 이혼을 결심합니다. 이무생이 연기한 남시훈은 정말 치졸하고 야비한 인간으로 나오는데, 서른아홉에서 순애보를 연기했던 것과 정반대 캐릭터라 그 연기력이 더 돋보였습니다. 드라마는 정인이 술 깬 약을 사러 약국에 들렀다가 지갑도 없이 유지호를 만나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첫 만남은 꼬였지만 두 사람은 서로에게 끌립니다. 머리로는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감정을 막을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죠.

봄밤이 보여준 진짜 사랑의 의미
일반적으로 이런 드라마는 불륜을 미화한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실제로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사랑 없는 결혼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정인의 선택이 단순한 배신이 아니라는 걸 이해하게 됐습니다. 저는 사랑이 아니라 제가 처한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도피처럼 결혼을 선택했습니다.
그 결과 지금 평탄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습니다. 사랑 없이 결혼을 이어간다는 건 노력이 아니라 희생에 가깝습니다. 그것도 내가 선택한 길에서의 희생이라 더 참기 힘듭니다. 봄밤 결말에서 권기석은 정인을 놓아주지 않으려 갖은 수작을 부립니다. 심지어 정인 아버지의 퇴임 후 일자리를 빌미로 결혼을 밀어붙이려 하죠. 하지만 그럴수록 정인의 마음은 차갑게 식어갑니다.
마지막 회에서 권기석은 정인에게 미안하다는 문자 한 통으로 허무하게 정리됩니다. 정인과 지호는 주변의 반대 속에서도 사랑을 키워갑니다. 정인은 지호의 아들 은우와도 많은 시간을 보내며 세 사람의 미래를 그려갑니다. 결말 부분에서는 정인의 가족과 지호, 은우가 만나 결혼 이야기를 나눕니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있지만 두 사람의 단단한 마음이 가족을 안심시키죠. 서인 역시 남편과 이혼을 결심하고 혼자 아이를 키우는 삶을 선택합니다. 봄밤은 처음 만난 약국에서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누는 장면으로 해피엔딩을 맺습니다.
봄밤 OST는 호불호가 갈리는 편입니다. 칼라 브루니의 Spring Waltz, 레이철 야마가타의 No Direction과 We could still be happy 등이 수록됐는데, 저는 특히 Spring Waltz가 드라마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고 느꼈습니다.
만약 누군가 지금 사랑을 버리고 안정을 위해 결혼을 선택하려 한다면, 저는 진심으로 말리고 싶습니다. 현재는 힘들지 몰라도 조금만 버티면 좋은 일이 있을 겁니다. 봄밤이 보여준 것처럼, 진짜 사랑을 찾는 용기가 때로는 더 현실적인 선택일 수 있습니다. 제 인생을 돌이켜보면 그게 정답이었다는 걸 뼈저리게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