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드라마가 과연 사회 문제를 제대로 다룰 수 있을까요? 일반적으로 로맨스 장르는 달달한 감정선에만 집중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저는 일타스캔들을 보면서 이 편견이 완전히 깨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2023년 tvN에서 방영된 이 드라마는 전도연과 정경호라는 믿을 수 있는 배우 조합에 양희승 작가와 유제원 감독이라는 로코 명가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죠. 초반 4%대에서 시작해 최고 17.0%까지 치솟은 시청률은 단순히 로맨스만으로 얻어낸 성과가 아니었습니다. 대한민국 입시 현실이라는 무거운 주제와 어른들의 따뜻한 사랑이 어우러지면서, 이 드라마는 예상 밖의 깊이를 보여줬습니다.

전도연 정경호가 로맨스
가장 큰 매력은 역시 두 주인공의 케미였습니다. 전직 핸드볼 국가대표에서 반찬가게 사장이 된 남행선(전도연)과 대한민국 최고 수학 일타강사 최치열(정경호)의 만남은 설정부터 신선했죠. 저는 처음에 이 조합이 좀 억지스럽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막상 드라마를 보니 그 우려가 완전히 기우였습니다. 남행선이라는 캐릭터는 겉으로는 억척스러운 사장님처럼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누구보다 따뜻한 사람입니다. 조카 해이를 친딸처럼 키우며 자신의 꿈을 접은 인물이죠. 여기서 주목할 점은 '모성애(maternal love)'라는 개념인데, 이는 생물학적 관계를 넘어서 타인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하고 돌보는 감정을 의미합니다. 드라마는 이를 행선과 해이의 관계를 통해 아름답게 그려냈습니다. 학원에 쫓기는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챙겨주는 장면에서, 저는 요즘 사회가 잃어버린 공동체 의식을 봤습니다. 반면 최치열은 화려한 성공 뒤에 숨겨진 상처를 가진 인물입니다. 섭식장애를 앓고 있다는 설정이 단순한 장치가 아니라, 현대사회의 성공 강박을 상징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죠. 섭식장애(Eating Disorder)란 음식 섭취와 관련하여 심리적·신체적 문제가 나타나는 질환으로, 스트레스나 불안이 주요 원인입니다(출처: 국립정신건강센터). 드라마는 이를 통해 겉으로 완벽해 보이는 사람도 내면의 허기로 고통받을 수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두 사람의 로맨스가 빛났던 이유는 서로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방식 때문입니다. 행선의 음식 앞에서만 편안해지는 치열, 치열의 솔직함 앞에서 소녀처럼 설레는 행선. 일반적으로 로맨스 드라마는 젊은 주인공들의 풋풋한 사랑을 다룬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일타스캔들 같은 '어른 로맨스'가 훨씬 더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존중하고, 상처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모습이 진짜 사랑처럼 느껴졌습니다. 저도 세 자녀를 키우면서 많은 부모들을 만났지만, 드라마처럼 조카아이를 진심으로 품는 이모 정말 대단합니다. 행선이 해이를 대하는 방식을 보면서, 혈연을 넘어선 사랑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새삼 깨달았죠. 요즘 입양이나 위탁가정 제도가 개선되고 있다는 뉴스를 봤는데(출처: 보건복지부), 이런 드라마가 사회적 인식 변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입시 현실과 긴장감
로맨스를 넘어선 지점은 바로 입시 현실을 정면으로 다뤘다는 점입니다. 드라마 배경인 녹은로 학원가는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곳이죠. 여기서 '사교육 의존도'라는 지표가 등장하는데, 이는 공교육 외에 사설 학원이나 과외 등에 의존하는 정도를 나타냅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약 26조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출처: 통계청). 드라마는 이 숫자 뒤에 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아냈습니다. 드라마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일타강사라는 직업의 양면성이었습니다. 치열은 높은 연봉과 명성을 누리지만, 동시에 엄청난 압박감 속에서 살아갑니다. 언제든 밀려날 수 있다는 불안, 1등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강박이 그를 잠식하죠. 일반적으로 성공한 강사는 행복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제 경험상 겉으로 화려해 보이는 직업일수록 내면의 고통이 클 때가 많습니다. 드라마는 이를 섭식장애라는 구체적인 증상으로 보여주면서, 성공 뒤에 숨은 대가를 솔직하게 드러냈습니다. 저는 세 아이를 키우면서 주변 부모들처럼 학원을 전전긍긍하지 않았습니다. 큰아이는 기술을, 둘째는 본인이 하고 싶은 길을, 셋째는 디자인을 선택했죠. 순조롭지만은 않았고 코로나로 피해도 봤지만, 결국 아이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잘 해내고 있습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든 생각은, 부모의 역할이 아이를 명문대에 보내는 게 아니라 세상을 살아갈 힘을 키워주는 거라는 점이었습니다. 그런데 드라마는 후반부로 갈수록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쇠구슬로 사람을 공격하는 연쇄 사건이라는 미스터리 요소가 등장하면서, 로맨스의 흐름이 잠시 끊기는 느낌이었죠. 솔직히 이 부분은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나중에는 이것도 드라마만의 독특한 시도라고 받아들였습니다. 달달한 로맨스만 기대했던 시청자에게는 실망스러울 수 있지만, 긴장감 있는 전개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신선했을 겁니다. 드라마가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차갑고 경쟁적인 입시 현장에서도, 결국 사람을 구원하는 건 사람이라는 것. 성적과 스펙이 아니라, 따뜻한 밥 한 끼와 진심 어린 위로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죠. 이런 주제의식은 다음과 같은 포인트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 혈연을 넘어선 진정한 가족애의 의미
- 성공 뒤에 숨은 개인의 고통과 치유
- 입시 경쟁 속에서도 잃지 말아야 할 인간성
2023년 1월 14일부터 총 16부작으로 방영되었고, 최고 시청률 17.0%를 기록하며 tvN 역대 드라마 시청률 6위에 올랐습니다. 현재 넷플릭스와 티빙에서 시청 가능하죠. 양희승 작가와 유제원 감독의 조합, 전도연과 정경호의 완벽한 호흡은 드라마의 완성도를 한층 높였습니다. 드라마를 다 보고 나니, 결국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차갑고 숨 막히는 세상이라도, 사람은 결국 사람에게 위로받고 살아간다는 것. 일타스캔들은 그 단순하지만 가장 어려운 진실을, 따뜻하면서도 씁쓸한 방식으로 보여준 작품이었습니다. 로맨스를 기대했다가 예상 밖의 긴장감을 만났지만, 그 모든 요소가 결국 '사람'이라는 중심으로 모였습니다. 제 자녀들에게도 이 드라마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성공보다 중요한 게 무엇인지, 진짜 사랑이 어떤 모습인지 느낄 수 있을 테니까요.